“백주의 테러는 테러가 아닌” 시절부터 “탁 치니 억”하고 사람이 죽었다는 해외토픽을 거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연애담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말 같지도 않은’ 핑계의 홍수 속에 살아왔다. 

거기에 ‘식상하고 고비용’이라는 핑계 이하의 핑계로 프로그램을 훌륭히 이끌어온 방송인들의 자리가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광경을 보태게 되었다. 그리고 경찰청장은 경찰 조직의 녹취록 속 본인의 육성을 이건 내가 아니라고 부르짖었고, 정권 바뀐 지 2년 만에 스물 두 계단이나 굴러 떨어진 언론 자유 순위에 대해서는 핑계조차 댈 것도 없이 “항의하겠다.”고 장관이 뻗대는 가관 또한 감상하게 되었다. 

뭐 대략 이 지점만 와도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 네가 만약 나라면 넌 믿을 수 있니?”라고 옛 노래가 절로 흘러나오겠거니와, 지난 목요일 오후 나는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범접하고 싶은 핑계의 절정 고수의 초식에 기함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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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를 동원하기는커녕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어떻게 법적 절차에 어긋나는지를 조목조목 밝혀 주신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유효하다고 결론 내린, 실로 거룩하기까지 한 ‘헌법 재판’ 앞에서 나는 넋과 기운과 할 말을 트리플로 잃는다.  차라리 “야당 의원들이 투표방해를 했으니” 원인 무효라든가, 하다못해 “대리투표를 한 자의 지문을 모니터에서 찾을 길이 없다”라든가, 정히 안되면 모든 걸 다 거부하고 “이건 헌재가 할 일이 아니라”고 파업을 해 버리는 것이 나았으리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바라보는, 산하님의 심정이 담긴 글입니다.